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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는일139

희고 노랗고 붉은 비가 산촌 마을을 적시네 내가 아침 마다 산책을 할 때 지나치는 작은 산촌 마을은 지금 무릉도원이다. 분홍 복사꽃, 하얀 벗꽃, 흰 목련꽃, 붉은 목련꽃, 하이얀 자두꽃, 노오란 개나리꽃, 분홍 개나리꽃이 온 동네를 품어 안았다. 약비 같은 봄비가 이틀 째 내린다. 약비를 먹어서인지 꽃의 자태가 풍성하고 색이 아름답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은 '속세를 떠난 별천지' 라는 뜻이라고 한다. 인간이 꿈꾸는 이상적인 세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을 떠난 별천지는 없다. 이 세상이 무릉도원일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여기,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는 어떤 세상에 데려 놓아도 그곳을 무릉도원으로 만든다. 그러나 잠들어 있는 사람에게는 무릉도원에 데려 놓아도 그곳을 지옥으로 만든다. 무릉도원은 장소가 아니라 깨어남의 문제다. .. 2023. 3. 24.
약비소리 싣고 꽃잎배는 실개천을 흐르네 오랜만에 비다운 봄비가 내린다. 이맘 때 내리는 비를 약비라 불렀다고 한다. 얼마나 좋으면 약비라고 했을까? 아니나 다를까 온 산천초목이 약비를 먹고 활기에 넘친다. 먼저 온 매화잎은 하나 둘 떨어져 약비 내린 개천물을 따라 흐른다. 하얀 꽃잎배들이 줄지어 떠나는 것 같다. 바람도 잠잠하고 비의 양도 많지 않은 고요한 비 내림이다. 엇그제는 춘분이었다.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 춘분(春分)은 경칩(驚蟄)과 청명(淸明)의 중간에 드는 절기로 양력 3월 21일 전후, 음력 2월 무렵에 든다. 이날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 곧 황도(黃道)와 적도(赤道)가 교차하는 점인 춘분점(春分點)에 이르렀을 때, 태양의 중심이 적도(赤道) 위를 똑바로 비추어, 양(陽)이 정동(正東)에 음(.. 2023. 3. 23.
산엔 매화 벗꽃 오두막엔 살구꽃 오고 가네 벌써 매화와 산수유꽃은 빛을 잃어가고 목련꽃, 산벗꽃, 살구꽃, 수선화가 그 뒤를 이어 꽃망울을 펼치기 시작한다. 연못가에 핀 매화는 그믐달이 되어 물밑에 가라 앉았다. 지금 피는 산벗꽃은 정확히 말하면 체리꽃이다. 이 체리꽃은 벗꽃과에 속하지만 좀 더 일찍 핀다. 그 열매는 벗찌와는 다르다. 벗찌는 타원형이면서 검은색이지만 체리는 원형이면서 붉은색을 띤다. 서양 체리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달면서 새콤한 맛이 뒤지지 않는다. 벗찌는 쓰고 떫은 맛이 난다. 올 봄은 이상하다. 삼월 중순이 넘어가는데 휘파람새도 오지 않고 후투티새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년 삼월 팔구일 정도 되면 대나무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었다. 후투티 역시 비슷한 시기에 내가 사는 오두막 감나무에 앉아 '후후후 후후후' 하며 짝을 부르.. 2023. 3. 16.
산 위에서 호수 밑에서 자꾸만 따라오는 달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어제 아침 보다 무려 십일도나 차이가 난다. 어제는 세찬 바람과 천둥이 잠깐 동안 비를 몰고 왔다.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 가뭄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은 음력으로 이월 스무이틀이다. 기울어가는 달이 아침 산책길을 따라 붙는다. 산 위에서도 호수 밑에서도 노란 불을 밝히고 함께 걷는다. 날씨는 춥지만 자연은 제 갈길을 멈추지 않는다. 어느새 하얀 목련과 노란 수선화는 매화가 가는 길을 따라붙고 있다. 이렇듯 자연은 잠시도 멈춤이 없다. 시시각각 변한다. 꽃들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이 가만 있지 않는다. 변화만이 있을 뿐이다. 오직 인간만 진리를 외면하고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 말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라.. 2023.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