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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는일139

연녹색 이파리 품에 하얀 티밥 아카시아꽃 아카시아꽃이 핀다. 연녹색 이파리 속에 하얗게 핀 모습이 꼭 티밥 같다. 산들바람 타고 다가오는 향기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지경이다. 꽃 향기 맡고 온갖 새들의 합창을 들으며 걷는 이 길은 분명 신선의 길일 것이다. 오늘 아침 소나무 맨 꼭대기 가지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를 따라하다가 내 스스로 놀란다. 새소리가 내소리인지 내소리가 새소리인지 순간 햇갈린다. 지금까지 따라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단 한 번도 비슷한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신기하게도 거의 똑 같은 소리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옆에 있던 각시 마저 동그란 눈으로 쳐다 본다. 분명 오늘 아침은 신선이 나를 이용하여 새 소리를 낸 것이 틀림 없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깨끗하고 신선한 날을 허락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2023. 5. 2.
녹음의 숲속 나무는 나무이고 새는 새이다 비가 내린다. 감질나게 내려 애가 탄다. 좀 시원하게 내렸으면 하고 바래 보지만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알고 보면 인간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자연계(존재계, 우주계)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해가 뜨고 지고, 달이 차고 기울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이 모든 것들이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돌아간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힘이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은 참 보잘 것 없는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어리석은 인간은 이 거대한 힘을 바꿔 보려고 온갖 애를 쓰고 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될텐데 아까운 에너지를 낭비하다가 결국은 쓰러져 죽고 만다. 이것이 바로 고통이고 불행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 자연 그대로다. 자연을 꼭.. 2023. 4. 25.
눈 깜박할 새 핀 하얀 모란꽃 어디서 왔는가 하얀 모란꽃 한 송이가 새벽을 연다. 이년 전 이른 봄에 한 뿌리를 구해 심었다. 때 이른 봄 날씨에 적응을 하지 못했는지 그해와 작년까지는 겨우 한 가지만 살아 남았다. 그 가지가 올 해는 일찍부터 키 자랑을 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오늘 하얀 꽃을 피웠다. 반드시 꽃을 피우고 말겠다는 모란의 열망에 고개가 숙여진다. 매년 봄이 되면 떠 오르는 의문이 있다. 꽃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또 지는 꽃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그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어느 순간 꽃이 피었고 어느 순간 사라지고 나니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갑자기 아름다운 꽃이 나타나니 얼마나 신비하고 좋았는지, 그러다가 그 아름다운 꽃이 사라지니 또 얼마나 아쉽고 슬.. 2023. 4. 18.
온 산을 연두색 물감으로 툭툭 찍어 놓았네 이 산 저 산 온 산이 연두색 물감으로 툭툭 찍어 놓은 듯 하다. 마치 밥 로스가 그린 산수화 같다. 온 산을 하얗고 붉게 물들였던 봄꽃은 눈 깜박 한 번 하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무것도 없던 마른 가지에서 꽃이 피었다. 그리고 꽃은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는 그 자리에 파란 잎이 돋아난다. 만물은 무(無)에서 왔다가 무(無)로 사라진다. 삶은 탄생과 죽음의 수레바퀴라고 한다. 태어나고, 젊은이가 되고, 욕망에 가득 차고, 그러다가 힘이 빠지면 늙고, 병들고, 절망하고 지쳐서 죽는다. 그런 다음 다시 태어나고......, 이런 일이 되풀이 된다. 이런 되풀이 되는 바퀴에 우리는 메달려 있다. 새로운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매일 매일이 고통스럽다. 아무 곳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새로운 일이 일.. 2023. 4. 10.